소설가 김주영이 어머니의 삶을 100% 그대로 옮겨 적은 작품, '잘 가요 엄마'이다.
일흔 다 된 주인공이 새벽 3시쯤 시골사는 동생 전화를 받는다. " 두 시 조금 지나 돌아가셨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소설은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혼자 힘으로 길러야 했던 한 여인의 삶과 죽음을 그렸다. 글자는커녕 숫자고 모르는 까막눈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소름 끼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노동'이었다.
김주영은 '엄마는 두 번이나 사내를 갈아치운 여자가 감당해야 할 이웃의 조소와 경멸을, 모질고 벅찬 노동으로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극복하려 했다'고 썼다. 그는 엄마가 안방 새아버지 곁을 떠나 썰렁한 건넌방에 건너와 잠든 그를 껴안은 채 흐느꼈던 때를 기억했다. 엄마가 흘린 눈물은 모로 누운 소년 김주영의 뒷덜미에 뜨겁게 젖어들었다.
소풍 때 말고는 점심을 먹어 본 적 없는 소년은 '내게도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면 눈물을 쏟는다.
김주영은 "내 생에에서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오직 '엄마' 그 한마디뿐이라고 고백한다.
김주영은 73이다. 사람들은 어머니의 몸과 살을 파먹고 또 파먹어도 끝이 없을 줄로만 안다. 제 머리 하얘질 때까지도 모르다 잿가루가 된 어머니의 유골함을 들고서야 비로소 조금 깨닫는다. (출처 ; 조선일보 만물상20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