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문재인, 진보와 보수, 30~40대와 50~60대, 영남대 호남..
이번 18대 대통령선거는 국민들의 심장을 너무 떨게 하고, 눈알이 약간씩 튀어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51.6대 48.
나는 선거당일 저녁에 죽마고우들과 송년회 약속이 된, 평소에 자주가는 여의도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 갔다. 길이 막히지 않아 제일 먼저 도착한지라, 마침 TV앞에서 막 시작한 개표상황을 보고 있는 식당 주인장 옆에 가서 앉았다.
우리에게서 약간 떨어진 홀에는 다른 손님 2명이 식사를 하면서 쉴 틈이 없이 선거전 후담을 하고 있는데, 주인장과 나는 그냥 TV를 뚫어지게 볼 뿐 일체 말이 없었다.
드뎌 내가 입을 열었다.
"사장님! 누굴 찍어셨습니까?"
"나는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어요~~"
"왜요?, 누굴 찍었다고 하면 안되나요? 해를 당하나요?"
".........."
이윽고 친구들이 거의 왔고, 남자나 여자나 온통 오늘 선거 얘기다.
나는 몇 명에게 물어 보았다
"자넨 누굴 찍었나?"
"그걸 왜 물어?", "말 못해", "...........", "모두 끝났는데 왜 물어봐~".
나는 내가 찍은 후보를 말하며 짖굿을 정도로 물어 봤지만 결코 답을 듣지 못했다.
갑자기 내가 멍해진다. 주인장이나 친구들의 태도에는 뭔가 잘못 된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 3공이나 유신시절도 아니고 중국 공산당체제, 북한체제도 아닌데 어떻게 자기가 누굴 지지한다는 말을 못하는가?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이겠지?
그러나 이젠 패거리가 다르더라도 상대와 소통을 차단하지 말자! 어이 못난 친구들!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도 이러하니.....,
언제부터 우리도 패거리가 되었네? 멍해 지기만 한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일을 선거 며칠뒤인 23일과 24일 연속으로 2차례나 본다.
하나는 23일 교회에서 겪었다.
나와 친한 분의 손자인 5살 현민이가 자기 엄마하고 계단을 올라가기에, 며칠전 wife로부터 들은 얘기가 생각나 올커니하고 녀석에게 말을 건넸다
"현민이 너 진보야 보수야?"
" 진보요"
"그럼 좋아하는 당도 있겠네? 어디야?"
"민주당요"
"그럼 너 이번에 투표하라고 했다면 누굴 찍어?"
"문재인요"
나는 애들의 언행은 1차적으로 (조)부모로부터 배우니 어떻게 된것이냐고 장난스레 추궁(?)했으나, 내가 녀석의 (조)부모들을 너무 잘 알기에 멘붕 자체였으나, 이내 그 엄마로부터 녀석이 평소에 뉴스에 심취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 녀석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결론 지었다.
5살 녀석이 진보와 보수의 공존과 대립속에 서 있다! 기가 막힌다.
또 하나는 24일 지인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장아무개 회장께서 그의 10살인 초등학교 4년 손자녀석하고 나눈 얘기다.
"할아버지, 이번에 속 많이 상하셨죠? 저는 할아버지가 제일 실망하시리라 생각되요. 할아버지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으응~, 할아버지 괜찮아~. 그런데 넌 왜 할아버지가 실망하리라 생각하니?"
"할아버지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위해 애 쓰셨잖아요~,그런데 안 됐으니 할아버지가 속상하실 것 같아서요. 그런데 할아버지! 다음 대통령선거부터는 10살에서 40살까지만 투표하도록 해야 되요. 그래야 진보가 되니까요."
기가 막히었는데 코까지 막힐 노릇!
5살 녀석과 10살 녀석을 보면 섬짓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영특함에 뿌듯함도 있다.다만 녀석들이 나라의 대들보가 되느냐 소인배가 되느냐하는 것은 전적으로 녀석들의 부모와 우리 사회에 있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새길 필요가 있다.끝. 글쓴이 : 최정수소장
(주: 이 글은 대선 후 그 열기를 담아 1월에 올린 글인데,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상이 생겨 다시 올리게 되어 날짜가 맞지 않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