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멈춘 ‘1.7%의 사법 기적’

by 관리자 posted May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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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멈춘 ‘1.7%의 사법 기적

 

법원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오늘날

일반인에겐 불가능했을 기적 같은 판결이

왜 이 후보에게만 계속 잇따랐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은 들끓었다. 유력 대권 주자를 죽이려는 사법 쿠데타이자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간 이 사건이 굴러온 진행 과정을 보면 사법을 오염시키며 법치 쿠데타를 시도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거대 정당이 이 후보 방탄에 총동원돼 입법권을 휘두르며 법원을 압박했다. 이 후보는 공판에 불출석하고 서류 수령을 피하고 증인 신청을 남발하는 침대 축구로 사법 절차를 희화화했다. 그리고 1·2심을 진행한 일부 판사들이 재판 지연을 방관하거나 비상식적 판결을 강행해 사법의 정치화논란을 자초했다.

 

한 달 전 2심 재판부가 이 후보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법조계에선 ‘1.7%의 사법 기적이란 말이 나돌았다. 형사재판에서 1심 징역형이 2심 무죄로 뒤집히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그 비율은 전체 사건의 1.7%에 불과했다. 0에 가까운 희박한 확률을 이 후보가 뚫어낸 것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정치인과 형평이 맞지 않았다. 한 차례 말실수나 공약 과장, 심지어 해외 연수 기간을 누락한 정도로도 의원직 상실형을 얻어맞은 사례가 수두룩했다. 그에 비하면 이 후보의 국토부 협박발언은 허위성·고의성이 훨씬 명백했다. 백현동 의혹을 방어하기 위한 기획된 거짓임이 분명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의견 표명이라는 논리로 면죄부를 주었다.

 

선거법 사건뿐 아니었다.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했을 사법 기적이 이 후보에겐 꼬리 물고 이어졌다. 지난해 위증 교사 사건에서도 1심 재판부는 위증은 맞지만 고의가 없었다는 법리를 끌어다 무죄를 선고했다. 이 후보가 그런 얘기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며 거짓 증언을 요청한 녹취록이 나왔고, 실제로 위증이 이루어졌는데도 교사(敎唆)는 아니라고 보았다. 그 결과 위증한 사람은 유죄인데 시킨 사람은 무죄인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2023년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을 때도 법원이 이 후보를 절체절명 위기에서 구해 주었다. 당시 영장 담당 판사는 위증 교사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당 대표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후보가 제1 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 주자가 아니었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었음을 판사가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는 뜻이었다.

 

2020친형 강제 입원을 둘러싼 허위 사실 공표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힌 것은 사법사()에 흑역사로 기록될 만했다. 이 후보가 사실과 틀린 발언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2심은 300만원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이 숨 쉴 공간이란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 무죄로 파기환송했다. 당시엔 몰랐지만 1년 뒤 대장동 스캔들이 터지면서 내막의 한 조각이 드러났다. 무죄 선고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대법관과 대장동 주범 김만배씨의 특수 관계가 밝혀진 것이었다.

 

이 후보 사건 선고 전 김씨가 8차례 대법원을 방문했고, 행선지를 권 대법관으로 기재한 사실이 밝혀졌다. 권 대법관이 퇴임 후 김씨 업체에 취업해 고액 고문료를 받았으며, 이른바 ‘50억원 클럽에 포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동규·남욱 씨 등 복수의 대장동 공범들은 김씨가 권 대법관에게 부탁해 판결이 뒤집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대법관님하고 사람 봐서 일한다고 말한 녹취록까지 나왔다.

 

믿어지지 않지만, 이 후보 측의 법원 커넥션을 암시한 증언은 하나둘이 아니다.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수행 비서였던 백모씨는 자기쪽 관계자와 통화에서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 있어.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아서라고 말했다. 이 후보 선거 캠프 출신 임모씨가 지사님 사건은 (대법원에서) 잘됐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네. 만장일치는 아닌 것 같고라 말한 녹취록도 있었다. 실제로 그 3주일 뒤 대법원은 7 5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오늘날, 이 후보 재판은 정치화된 사법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 후보에게만 사법 기적이 잇따르는지 궁금해한다. 나는 이 후보 주변 인물들이 법원 로비운운한 발언은 자기 과시용 허언(虛言)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의 일탈 문제는 실재하는 위협이다. 절제되지 않는 정치 성향, ‘우리법연구회같은 특정 집단의 이념적 편향성이 걸러지지 않고 판결로 표출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되던 비상식적 판결이 대법원에서 일단 제동 걸렸지만 갈 길은 멀다. 선거법 사건 빼고도 이 후보에겐 여전히 11가지 혐의의 재판 4건이 걸려있고, 대선 후 이 재판들이 계속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출처 : 조선일보 박정훈칼럼 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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