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횡령 처벌’(출처 : 한경, 2022.7.9. A4에서 발췌)
1. 평균 범죄기간 5년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판결문 총 87건을 분석한 결과 회삿돈 1억원 이상을 횡령한 피고인 91명 중 범행 횟수가 한 차례뿐인 경우는 12명에 그쳤다. 나머지 79명은 첫 번째 범행 이후 지속해서 회삿돈을 빼냈다. 횡령 횟수가 20회 이상인 피고인만 58명에 달했다. 이 중 100회 이상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39명이나 됐다. 횡령 총액은 약 2260억원, 평균 범행 연수는 4.7년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오랫동안 조용히 돌아간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에 실패해 원금을 복구하지 못하면 더 큰 돈을 빼내다 꼬리가 밟히고, 아예 잠적해버리기도 한다”며 “주식시장이 나쁘면 횡령 신고가 평소보다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2. 웬만하면 집행유예----‘솜방망이 처벌’
횡령 범죄에 대한 처벌은 ‘집행유예’(37.4%, 34건)가 가장 많았다. 횡령금을 변제하는 경우다. 피고인 31명 가운데 23명이 횡령액을 대부분 갚았는데, 이 중 23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경제범죄에서 피해변제 여부가 중요 양형 요소기 때문에 변제 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65.9%의 피고인은 주식, 코인 투자나 도박, 사치품 소비 등으로 횡령한 돈을 날려 변제도 불가능했다. 이 경우 대부분 실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기간은 길지 않았다. 실형 판결이 난 피고인(56명) 가운데 82.1%(46명)는 4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됐다. 4년 이상 징역형은 10건에 불과했다
3. 횡령액 7억원과 38억이 같은 형량?
횡령은 피해액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양형 기준을 나누고 있다. △1억원 미만(4~16개월)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1~3년) △5억~50억원(2~5년) △50억~300억원(4~7년) △300억원 이상(5~8년) 등이다.
재판부가 금액에 따라 구간 내에서 최종 형량을 결정하지만, 이 역시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앞서 7억3000만원을 횡령한 총무부 직원 A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똑같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B씨는 38억원을 횡령했다.
범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양형기준 내 형량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4. 지금의 양형기준 세분화 필요(이창현교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
지금의 기준은 2009년 시행 기준이므로 “양형 기준이 마련된 당시와 지금은 물가와 경제 규모가 달라졌다”며 “2000억원대 횡령도 생기는 만큼 횡령 금액 유형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끝